정당한 댓가를 지불하라고? (농심, 너구리, 양학선) 1

양학선 선수집에 농심이 너구리를 평생 무상으로 주겠다고 했다가 열라게 까이는 분위기다.

"겨우 라면이 뭐냐 CF나 아파트 정도는 줘야지"
왜 줘야 되는데?

까는 논지를 보면

1. "겨우 너구리가 뭐냐. 마케팅 효과를 봤으면 정당한 댓가를 지불해라. 홍보가 많이 됐는데, 어디 너구리 정도로 입을 씻으려 그러냐"

경제학에 '외부효과'라는 것이 있다. 계약을 통해서 서로 댓가를 지불하는 것이 아닌, 그냥 계약 외부적인 변화를 통해서 이득이나 손해를 보는 것. 내가 내 집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데, 옆 건물이 헐리더니 쇼핑몰이 들어와서 내 집값이 올라서 이득을 봤다. 하지만 이건 서로 계약을 맺은 적도 없고, 그냥 나의 계약 외부적인 것이므로 그 이득의 일부를 쇼핑몰에 줄 필요가 없다. 외부효과는 항상 있고 자주 있다. 하지만 그 댓가를 지불하지는 않는다.

너구리 사건도 마찬가지다. 농심이 양학선 선수와 무슨 계약을 맺어서 1등하고 너구리를 언급하고, 그럼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하고 하는 것이 아닌거다. 농심이 만드는 많은 라면 중에 어떤 운동선수가 너구리를 좋아하게 됐고, 금메달을 따게 됐고, 인터뷰에서 너구리가 언급이 됐다. 그래서 농심이 홍보효과를 봤다. 그런 것이 외부효과이다.

양학선 선수랑 농심이 무슨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고,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라니...

그리고 실제 그 홍보효과에 상응하는 댓가를 농심이 치르는 것이 당연시 되고,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생각이 되면 어떻게 될가? 매스컴에 노출될 때 아파트 이야기하면 아파트 받고, 자동차 이야기하면 자동차 받고. 그럼 앞으로 메달리스트의 인터뷰가 시장화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매스컴에 노출되는 기회가 간접광고시장의 타겟이 되지 못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눈쌀을 찌푸려 하기 때문인데, 매스컴에 상품을 말하고 그리고 마땅히 그럼 그 기업의 댓가가 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면, 앞으로 눈쌀 찌푸릴일 많을 것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너구리 이야기가 나왔으면, 농심이 너구리 무상지원하겠다 이 정도가 적절하다고 본다.


2. "진짜 너구리를 제공하는 것이 '순수한'마음으로 한 것이냐. 그랬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왜 순수한 마음으로 제공을 해야돼?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인데,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에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목적이 도대체 왜 배제가 되어야 하나? 아니 일단, 배제될 수가 있나. 자선단체가 그랬으면 이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사기업이 홍보를 노리고 돈을 쓰는 것은 욕을 먹을 필요가 없다.

비용을 줄이고 이득을 늘리는 기업활동은 합리적인 것이다. 법과 도덕의 테두리 내에서. 너구리 이야기 해서 홍보효과를 봤을 때, CF를 제의하지 않거나 아파트를 주지 않는 것은 어떤 상식적인 도덕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본다.

3. 더 나아가서 기업의 사회환원

(너구리 10만원 어치 이야기에서 시작하기엔 너무 거창하다는 감이 있지만)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은 이러한 '순수주의'가 오히려 자기들의 좋아하는 기업의 사회환원을 막는다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환원이 활성화 되려면, 사회환원에 포함되는 기업 이미지 개선의 목적이 사회적으로 먼저 용인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숭고한 '순수주의'적 의심의 대상이 되면 오히려 본전도 못찾을 것이기 사회환원을 꺼리게 된다. 그리고 '순수주의'적 압력으로 사회환원에서 기업로고 등을 포함하지 않은 채로 진짜 '순수'하게 기부를 해야 하는 것이 관행이 되면, 그것을 하는 기업도 액수도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다.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는데 누가 하겠는가?

'시장경제'에서 '기업'이 자신의 '자금'을 사용하는데에 콩고물이 없이 '순수'해야 한다는 발상이 도대체 어느 구석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4. 시장경제
여담인데, 한국인들은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전과범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삼성이 우리나라를 먹여살리니 용서해야 한다는 등의 아주 시장주의적 관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가도,
'그래 그럼 시장주의할게' 하면,
그것에는 또 아주 정서적 반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반감의 기반에는 온정주의, 집단주의, 전통주의 등이 자리하고 있는 듯 하다


1